누군가를 원망한 적이 있는가.

없다고 생각하고 대답해보자. 그럼 나르시스트라는 결론이 나온다. 아무한테도 기대하지 않고, 누구도 동등한 관계가 아닌 외로운 사람. 그런 면이 있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부정하고 싶다.

있다고 생각하고 대답해보자. 아버지가 한번 원망스러웠다. 처음 얻은 직장이 나의 노력보다는 운이 좋아서 들어갔다는 말을 당신 입에서 들었을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큰 소리를 내고 화를 냈다. 당신께 인정받고 칭찬받길 기대했다.

친구가 한번 원망스러웠다. 내 취미인 독서의 단점에 대해서 짚어줄때, 긁혔고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내가 인정하는 상대에게, 내 근간을 이루는 것에 대해 부정당할 수 있다고 느끼자 두려웠다.

누군가를 원망한 적이 있다. 많지 않다. 인정한 사람에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걸 부정당하면 원망한다. 그러나 인정하는 사람도, 타협의 여지 없이 소중히 여기는 것도 적기에, 누군가를 원망할 일이 많지 않다. 그게 마음이 가난하다는 증거인 것 같아, 입밖으로 내뱉기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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