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는 일정하게 타오르지 않는다. 미세한 바람에 따라서도 흔들리고, 밀랍의 양에 따라 불꽃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이 묘한 차이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전자기기와 같이 편리한 도구를 써도 채워지지 않는 만족감은 자연의 불규칙함에 있는 것 같다. 도구를 만들 때는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만든다. 이 과정에서 자연의 불규칙함은 사라진다.
자연과 도구의 경계는 무엇인가. 양초도 도구다. 그러나 직접 불을 쬔다는 점에서 형광등에 비해 자연에 가까운 도구다.
형광등의 수명이 다해가서 깜빡거리는건 왜 불편함만 느끼고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가. 진화론으로 설명이 된다. 도구의 탄생은 길어도 100년 이내다. 인류는 몇백만년동안 진화해왔다. 자연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유전자만 살아남았다면? 몇십만년 뒤에는 기존 자연규칙을 벗어난 도구에도 편안함을 느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