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가 재미있다. 왜 재미있을까.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롤하는 걸 좋아했다. 이기는게 좋았다. 이길 가능성이 있는 상태도 좋아했다. 그래서 랭크게임을 할 때 한번도 항복한 적이 없다. 3억제기가 날아가고 킬차이가 심하더라도 무조건 항복에 반대했다. 사람인 이상, 상대방에게도 실수할 가능성이 있고, 예상치 못한 활로를 찾아 역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확률은 0이 될 수 없으니, 무조건 항복하지 않았다. 이 습관은 체스로도 이어졌다. 실수로 퀸을 내주더라도 엔드게임까지 끌고 가거나 체크메이트각을 계속 본다.

이는 확률적으로 많이 이기는데 유리한 멘탈 모델이다. 10판 중 1판이라도 질판을 이긴다면 이득을 본다. 5승 5패가 6승 4패가 되면 승률이 50%에서 60%가 된다. 5승 5패에서 한판 이겨 6승 5패가 되면 승률이 약 54%가 된다. 지는 판을 이기는게 승률에 압도적인 도움이 된다.

불리한 상황에서 플레이하는게 배울 것도 많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것때문에 동기부여되는 건 아니고 부수효과라고 본다. 이기는 것, 승률, 레이팅에 대한 집착이 항복하지 않게 했고 이를 즐겼다.

레이팅과 승률로 내 노력과 재능을 인정받는 기분이 좋았다. 공부하고 복기하면 다음번에 개선된게 체감되고 승률로도 증명되니 통제감도 느꼈다. 비슷한 즐거움으로는 전교 등수를 올려나가는 즐거움이 있다.

이기는 것, 승률, 레이팅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이 체스인 것 같다. 롤을 포함해 많은 경쟁 게임에서 사용하는 ELO 레이팅 제도는 체스가 원조다. 몇백년간 규칙이 바뀌지 않은 근본에 가까운 스포츠이며 전세계 게임 인구가 가장 많다. 따라서 이기는 것에 집착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체스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 가장 근본있고 손쉽게 즐기면서 인구도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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